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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다음 기계지능…인류에 주어질 진짜 외뇌

Jeremy.Park 2017. 1. 9. 11:47

[한겨레] 뇌세포 다 쓰지 않고 선택적 쓰는

신피질 모방한 ‘생체신경망’ 개발자

인공지능 새 패러다임 제기해 주목

“1·2세대 인간과 비슷하지 않지만

뉴런을 다층 연결한 3세대는

스스로 학습은 물론 예측도 한다”



[미래] 특별기고 인공지능 전문가 제프 호킨스


지난해는 인공지능으로 시작해 인공지능으로 끝난 해였다. 지난해 3월 구글 알파고는 천재 바둑기사인 이세돌과 바둑 대결에서 승리했고, 12월에는 계산대 없는 인공지능 매장인 ‘아마존고’가 나오며 파장을 일으켰다.

올해는 어떨까? <엠아이티(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올해는 인공지능의 진보가 지난해보다 더욱 커질 것”이라며 인공지능을 화두로 제시했다. 지난해 알파고가 보여준 인공지능 기술인 딥러닝의 가능성은 이미지와 음성 인식 기술의 발달을 이끌며 올해 실용화된 상품을 시장에 쏟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딥러닝을 뛰어넘는 기술이 등장할 가능성은 없을까? <한겨레>는 새해를 맞아 인공지능 기술업체 ‘누멘타’ 공동창립자인 제프 호킨스로부터 특별 기고를 받았다. 인간 뇌와 가장 닮았다고 평가받는 인공지능인 ‘계층형 시간 메모리’(HTM)를 내놓고 연구 중인 그의 주장은 이렇다. “딥러닝으로 대표되는 인공신경망 네트워크도 구식이다.” 



1960년대 인공지능이 뜻하는 바와 오늘날 인공지능이 가리키는 바는 천지 차이다. 이 분야에서 합의된 명칭이 없다는 것도 문제를 어렵게 만든다. 일부 용어는 시간이 흐르면서 진화하기도 한다. 나는 인공지능에 관한 한 특출난 세 개의 시기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모두 ‘지적인 기계’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고전적 인공지능(1세대·AI 1.0), ‘인공신경망’(2세대·AI 2.0) 그리고 ‘생체신경망’(3세대·AI 3.0)이다.

고전적 인공지능의 탄생

최초의 인공지능은 단순한 컴퓨터 프로그램이었다. 문자 해독이나 이미지 속 물체 인식처럼 인간이 쉽게 수행하는 문제를 다뤘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내놓은 결과는 실망스러웠고 발전 속도도 더디었다. 많은 도전 과제를 거치면서 과학자들은 방대한 양의 지식에 접근할 수 있어야 컴퓨터가 ‘똑똑해질’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그래서 도입한 게 ‘전문가 시스템’이었다. 특정 분야 전문가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법칙을 입력하면, 컴퓨터가 이 법칙에 따라 연산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의사가 환자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 의학적 처방을 내리는 것처럼 말이다. 만약 질환이 적절하게 판정되지 않으면, 전문가는 컴퓨터에 추가 질문(법칙)을 입력해 처방(결과)을 좀더 좁혔다. 고전적 인공지능은 이런 식으로 특정 문제에 맞게 고도로 다듬어진 기계다.

아이비엠(IBM)의 인공지능 ‘왓슨’조차도 나는 고전적 인공지능의 현대 버전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왓슨이 고전적 인공지능처럼 코드화된 법칙에 의존하진 않지만, 데이터를 제공하고 실력을 평가하는 전문가의 세밀한 손길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고전적 인공지능은 일부 ‘명확히 정의된 문제들’만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그러나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이나 개개의 문제에 최적화된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인공지능’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이런 점에서 일반적인 ‘인간 지능’과 공통점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일부 연구자들이 탐구하기 시작한 게 인공신경망이다. 신경망(하나의 뉴런과 시냅스)을 모델로, 다수를 연결하기만 한 단순한 인공신경망이다. ‘고전적 인공지능’의 한계가 분명해지면서 이러한 접근이 차츰 힘을 얻었고, 오차-역전파(인공신경망에서 출력값이 정답과 다를 때 연결망의 가중치를 바꾸어 문제 해결 확률을 높이는 기법) 등이 유용한 것으로 증명되기 시작했다. 사실 인공신경망 기술이 시작된 건 40년도 더 됐다. 그때는 인간 신경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잘 모를 때였다. 그 이후 해부학과 생리학을 통해 인간 뇌에 대한 추가 지식을 얻게 되었음에도, 인공신경망의 기본 구조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따라서 ‘신경망’이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이 인공신경망은 실제 ‘뉴런’이 작용하는 바와 공통점이 거의 없다. 대신 인공신경망은 생물학적 신경을 모방하는 것에서 인간의 지도 없이 데이터를 학습하는 것으로 중심을 옮겨갔다. 그 결과 아주 단순한 인공신경망조차도 ‘전문가 없이도’ ‘스스로 데이터를 학습한다’는 점에서는 고전적 인공지능보다 뛰어나다. 오늘날 인공신경망은 수학적, 통계적 학습기술을 포함한 ‘머신러닝’(기계학습)이라고 불리는 넓은 분류 체계 아래 속해 있다. 머신러닝 기술은 방대한 데이터의 몸체를 다룬다. 거기서 통계를 추출하고, 결과가 나오도록 분류한다.

우리 몸의 실제 뉴런(왼쪽)과 계층형 시간 메모리(HTM)가 모방한 인공신경망(가운데) 그리고 2세대 딥러닝의 모방한 인공신경망(오른쪽)을 간략화한 이미지. 제프 호킨스는 기존의 딥러닝 신경망이 뉴런 하나하나를 단순 모방했다면, HTM 뉴런은 복층 위계 구조를 모방했다고 설명한다. 누멘타 제공인공신경망은 최근 들어 ‘딥러닝’ 네트워크로 발전했다. 딥러닝의 장점은 빠른 속도의 고성능 컴퓨터들을 연결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시킬 수 있다는 데 있다. 딥러닝은 이미지 분류나 외국어 번역, 스팸 메일 분류 등 유형화된 데이터에서 탁월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고전적 인공지능이 두 손을 든 문제도 초보적인 수준의 인공신경망은 거뜬히 풀어낸다. 그런데도 몇 가지 한계는 있다. 예를 들어, 학습 데이터가 충분치 않을 때 인공신경망은 좋은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다. 데이터의 패턴이 지속해서 바뀌는 경우도 젬병이다. 기본적으로 인공신경망은 방대한 통계 데이터 세트에서 패턴을 찾아내는 정교한 ‘수학 도구’일 뿐이기 때문이다.

고전적 인공지능과 인공신경망에는 근원적이고 중요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진정한 ‘기계 지능’으로 이르는 통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곳에 이르는 지도조차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 그래서 우리가 세 번째 접근법을 연구하게 된 것이다.

2세대 머신러닝의 한계

인간의 뇌가 매우 지적인 시스템이라는 것에 대해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실 우리 모두가 ‘지적’이라고 동의할 수 있는 유일한 시스템일 것이다. 인간 뇌가 어떻게 작동을 하는지 연구해야 지능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 뇌는 ‘희소분산재현’(SDRs) 방식으로 정보를 재현한다. 신피질 내 뉴런들은 서로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우리가 무언가를 보거나 떠올릴 때(두뇌를 쓸 때) 활성화되는 것은 극히 일부다.

그리고 기억은 시계열적인 패턴들의 연속이다. 우리는 행동하면서 학습을 한다. 따라서 학습은 끊이지 않고 계속된다. 뉴런들도 시공간적인 패턴을 기억한다. 어떤 것들은 버리고 어떤 것들은 바로 떠올릴 수 있도록 위계를 둔다. 우리 몸안의 뉴런들은 이렇게 단순 인공신경망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정교하다. 단순히 하나의 뉴런을 모방하는 것만 계속해서는 진정한 기계 지능에 이를 수 없다. 이런 가정을 버리고 좀더 인간 몸에 가까운 접근법으로 재시작해야 한다.

나는 모든 지적인 기계들을 희소분산재현 시스템에 토대를 두고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희소분산재현 시스템은 머신러닝 기계에 추가 장착하는 기능이 아니다. 오히려 여타 기능이 세워지는 반석이어야 한다. 이 시스템을 모방해 나는 다층적인 생체신경망 네트워크인 ‘계층형 시간 메모리’(HTM·Hierarchical Temporal Memory)를 만들었다. 계층형 시간 메모리는 (시계열적인) ‘스트리밍’ 데이터를 학습해 구조를 파악하고, 예측을 할 줄도 알며, ‘튀는’ 데이터도 탐지한다. 머신러닝과 달리 유형화되지 않은 데이터도 지속해서 학습하는 ‘기억장치’다. 우리 뇌는 자신의 행동과 주시 대상을 관찰하고, 단기 기억들을 끊임없이 끄집어내면서, 앞으로 어떻게 하라고 계속 알려준다. 이런 특성을 계층형 시간 메모리가 채용하고 있다는 점이 다른 인공지능과 다른 점이다.

인공지능이라는 용어가 혼란스럽게 쓰이고 있다. 머신러닝은 인공신경망이나 딥러닝 등을 통해 데이터를 학습한다는 점에서 좁은 의미의 인공지능에 가깝다. 머신러닝처럼 데이터를 학습하지만, 생체신경망 접근법에 서 있는 지능을 나는 ‘기계지능’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물론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그러나 생체신경망이 진정한 기계지능에 이르는 가장 빠르고 가까운 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글 누멘타 공동창립자, 인포그래픽 노수민 기자 bluedahlia@hani.co.kr

‘진짜 인공지능’에 꽂힌 피디에이 설계자

제프 호킨스는 누구?

흔히 인간 뇌를 컴퓨터에 비유한다. 초기 컴퓨터는 입력값에 반응해 출력값을 내는 ‘생각 없는 기계’였지만, 최근에는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러닝’의 경지까지 이르렀다. 제프 호킨스는 그러나 지금까지의 인공지능 모두 인간 뇌와 동떨어져 있었다며, 좀더 근본적으로 인간 뇌의 신피질을 모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래 제프 호킨스는 스마트폰의 기원이 된 팜파일럿(초창기 PDA) 등 휴대용 컴퓨터의 설계자로 유명했다. 그러던 중 뇌과학에 ‘꽂혔고’, 신피질의 작용과 인공지능 적용 가능성을 탐구한 2004년 책 <생각하는 뇌, 생각하는 기계>(원제 On Intelligence)로 일약 인공지능 분야의 거물로 떠올랐다. 200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레드우드 신경과학연구소를 설립해 뇌과학을 섭렵한 데 이어 2005년 인공지능 기술기업 ‘누멘타’를 설립해 ‘계층형 시간 메모리’를 연구하고 있다.

제프 호킨스를 일약 뇌과학, 인공지능 전문가로 도약시킨 책 ’On Intelligence’와 한국판 ’생각하는 뇌, 생각하는 기계’.기존의 머신러닝만큼 다수 과학자들이 뛰어들어 많이 응용·발전되지 않았지만, 이 알고리즘은 인공지능 패러다임을 바꿀 차세대 기술 중 하나로 주목받는다. 아이비엠(IBM)은 2015년 차세대 컴퓨터를 제작하는 알고리즘으로 응용할 수 있는지를 보는 연구에 착수했다. 누멘타는 이 알고리즘을 공개한 오픈소스 프로젝트 ‘누픽’(NuPIC)을 추진 중이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원본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2D&mid=shm&sid1=105&sid2=230&oid=028&aid=0002349010